column 대한민국, 원로 무용가의 明과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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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1,001회 작성일 20-01-03 21:40본문
시평
대한민국, 원로 무용가의 明과 暗
장광열_춤비평가
논의를 위한 몇 가지 전제
춤 관련 단체가 연합해 춤 계 이슈를 다루는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주최측으로부터 이 시대 원로 무용가들에 대한 문제를 내용으로 한 발제를 의뢰받았을 때
발제자는 흔쾌히 수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논의의 방향과 대상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논의의 수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등등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금방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최 측에서 내건 전체 제목과 여타 발제자의 발제 내용과 원로 무용가 문제는 어느 일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 것도 선뜻 결정을 못하게 한 요인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마련한 취지를 수차례 얘기했다. 행사의 전체 성격공청회에서 포럼으로 바꾸었다는 전언을 듣고서야 발제를 수락했다.
35년 동안 춤 계 현장에서 목도했던, 그리고 진단했던 원로 무용가들의 이모저모를 한번쯤은, 이 시점에서 논의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춤 계에서 지난 세월 원로 무용가들이 보여준 면면들은 지금 현재의 젊은 무용가, 중견, 중진 무용가들에게 하나의 시금석으로,
그것 자체가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984년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 <객석>의 기자로 공연예술계와 인연을 맺은 이래 음악· 전통예술· 연극· 무용담당을 거쳐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춤 계 현장에서 맞닥뜨린 원로 무용가들에 대한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던 때가 적지 않았다.
1996년 <춤>지 추천으로, 춤비평가란 직함이 더해 져 춤 현장과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도 원로 무용가들의 이모저모와 그 주변에는 늘 밝음과 어둠이 공존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춤 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공헌을 했지만, 춤 계 발전을 저해하는 행태도 보여주었다.
무용수· 안무가· 무용교육자로, 대표· 단장· 교수· 예술감독· 회장· 이사장 등등의 직함과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무용 지도자란 꼬리표를
달고 대한민국의 원로 무용가들은, 춤 만들기와 가르치기를 통해 제자들을 배출하고 작품을 남기고, 새로운 행사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을 벌이는 과정과 결과에서 자연스럽게 뒤따랐던 ‘힘’을 일부 원로 무용가들은 나쁜 방법으로 행사하고 공유했고,
과욕과 경쟁적인 파워게임은 부정으로 이어지면서, 건강한 춤 생태계 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춤 계의 각종 지표를 수적으로 늘린 데는 분명 원로 무용가들의 기여가 있었지만, 그 힘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착각, 부정적으로 행사한 사례는
오늘날 춤 계에 팽배한 반목과 대립, 불신 조장과 무용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발제자의 이런 진단은 본 발제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원로 무용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진위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무용가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일면이 훨씬 많은, 아예 어두운 흔적은 조금도 남기지 않은 원로 무용가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발제자는 무용계 이슈포럼, ’무용 패러다임의 회고 성찰 미래에 대한 전망‘이란 타이틀이 붙은 포럼의 주제를 고려, 이번 발제에서는 원로 무용가들이 한국 춤 계에
기여한 것 못지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면면들과 현재의 춤 환경 속에서 향후 원로 무용가들의 어떤 역할이 한국 춤 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논의를 위한 범위로 다음의 몇 가지를 설정했다.
- 70세 이상의 무용가
- 발제자가 지난 35년 동안 춤 계 현장에서 실제로 만났던 무용가
- 창작과 교육 현장에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무용가
- 단체와 기관의 운영과 자문, 심의, 평가를 행하는 위치에 있는 무용가
- 축제, 콩쿠르 등 주요 무용 행사의 운영에 관여하는 무용가
- 국공립단체, 중요무형문화재 등 정부 지원과 정책과 연계된 무용가
2. 35년 춤 계 현장에서 목도한 대한민국, 원로무용가들의 명암(明暗)
발제자가 지난 35년 동안 춤 계 현장에서 만났던 원로 무용가들 중에는 빼어난 춤으로, 실험적이거나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춤 메소드의 정립으로,
곧 무용수· 안무가· 무용 교육자로 대한민국 춤 계 발전에 기여한 분들이 적지 않다.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제자양성과 함께 지역 춤 계 활성화와 발전의 기반을 구축한 것도 원로 무용가들의 몫이다.
오늘날 대구가 현대무용, 광주가 발레, 부산이 한국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한 원로 무용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제자가 만난 지도급 원로 무용가들 중에는 이 같은 공적과 함께 대한민국 춤 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잘못된 행태를 야기 시킨 과오를 범한
무용가들도 적지 않다.
승무와 살풀이춤이 한국 춤을 망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춤인 <승무>와 <살풀이춤>이 한국 춤을 망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춤><태평무>를 배우려는 무용가들은 물밀 듯 밀려들고 극장과 콩쿠르에서도 자주 공연되고 있으나,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다른 전통춤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빗댄 말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춤들 중에서도 빼어난 전통춤들은 의외로 많다.
훌륭한 우리 춤의 자산들이 단지 문화재로 지정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자주 공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 만큼 한국 춤을 왜소하게 만든다. 한정된 전통 춤 학습은 또 옛것을 토대로 한 새로운 창조 작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전통 춤의 위세는 만만치 않다. 최초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 밑에는 대학교수들뿐만 아니라 쟁쟁한 중견무용가들, 교수를 꿈꾸는 젊은 무용가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교수 임용 때나 레슨비 책정 시 무형문화재 이수자 자격증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이들 중 혹독한 수련을 통해 보유자들의 춤을 제대로 전승 받는 무용가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력 쌓기를 위한 이름 걸어놓기, 돈과 수고가 많이 드는 창작 공연을 대체하기 위한 전통 춤 공연의 폭주는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인기 종목에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이수자들의 남발을 초래했고 급기야 자격미달과 질적 저하를 동반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들어 보유자,
이수자들의 공연이 우리 전통 춤의 참 맛을 오롯이 전해주기 보다는 외형적으로 세를 과시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편식은 결코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선생이 특정한 춤만을 가르치게 되면 학생들은 다른 좋은 우리 춤들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
절름발이 춤 학습은 또 세계무대에서 한국 춤의 경쟁력을 그 만큼 약화시킨다.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무용과에 해당하는 중국의 북경무용학원 학생들은 54개의 소수 민족 춤을 배우고 졸업한다.
기껏해야 서너 개의 전통춤을 배우고 졸업하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승부는 자명하다.
다양한 춤 학습은 뛰어난 기량의 무용수, 창조적인 안무가를 길러내기 위한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무용가들은 나이 50만 넘어서면 너도나도 `명인‘이니 `명무’니 하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갖다 붙인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부풀리고 과대포장 하는데 익숙해 있다. ‘명무’란 관객들이 진정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저절로 탄생되는 것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춤보다 <승무>의 본령이 그렇듯 겉과 속이 꽉 찬 진짜 춤쟁이들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춤이 오롯이 춤 그 자체로 전승되지 못하고, 원로 무용가들 개인이나 그 가족들에 의한 금전 수수 등 이해타산에 얽히고, 보유자· 전수조교· 이수자 선정을 둘러싼
부정적인 사태를 야기 시킨 책임에서 원로 무용가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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