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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by Jang Kwangyrul

column ‘국립 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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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PAP 댓글 0건 조회 396회 작성일 23-10-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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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장광열_한국춤정책연구소장

 

1. 들어가는 글

 

대한민국에서 무용예술 전용극장을 포함한 국제교류종합 정보 서비스센터의 기능을 담은 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것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이다.

독일 무용예술 발전의 주요 거점으로 2개의 극장과 6개의 스튜디오를 갖춘 뒤셀도르프 탄츠하우스의 운영 실태가 취재 보도되었고유럽의 댄스하우스 설립을 주도한 뒤셀도르프 탄츠하우스의 예술감독인 Bertram Muller를 초청(주관 한국춤정책연구소), 탄츠하우스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례와 함께 한국에서 유사한 기관이 설립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은지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인지 등을 듣기도 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가 출범한 이듬해 2006년 김현자 무용위원장 주도로 <춤공장 조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기초 조사연구> (책임 연구원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가 이루어졌고, 2007년 문화관광부의 무용 중기 발전계획에 미래의 무용예술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 무용 종합 정보교류센터(가칭 춤공장)’ 설립이 담겨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8년 무용전용 극장을 포함한 무용종합정보센터의 기능을 담은 공간의 설립 부지로 서울특별시가 화곡동과 성북동을 제안했으나 근접성과 협소성을 이유로 새로운 대안 공간을 찾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무산되었다.

2017년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국제포럼(코디네이터 최해리)이 개최되었고이듬해 2018년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추진단(이사장 구자훈)이 발족했다그해 7월 추진단은 프레스센터에서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국립무용원 건립 타당성 조사연구가 이루어졌다사단법인 지방행정발전연구원이 시행한 이 조사 연구에는 국립무용원 설립 추진단 실행위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립 무용원 건립으로 670억 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관련 기관의 명칭으로 춤공장’ ‘댄스하우스’ ‘무용센터‘ ’무용원‘ 등 다양한 명칭들이 제안되었다.

 

2. 무용예술의 수면 위 부상과 국내외 무용예술의 새로운 흐름

 

예술장르로서 무용이 갖는 가장 큰 특성은 인간의 신체즉 몸을 매개로 한다는 것이다무용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의 욕구(craving for movement)로 부터 우러나온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세기를 주도했고 21세기를 주도하고 있는 무용가들은 인체 자체에 대한 실험에서부터 다른 예술장르과학 기술자연 현상그리고 일상생활과의 접목 등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주고받았다그것은 분명 `실험이었고새로운 시도였다.

이렇듯 안무가들은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 예술 작품을 만들면서 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시도해 왔고그런 결과물들은 하나의 새로운 춤 예술 형식으로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그리고 지금도 이 같은 실험은 계속 되고 있다그 결과 오늘날 무용예술에서의 인체는 시각예술에서의 눈음악에서의 귀문학에서의 상상력보다 더 광범위하다사실상 무용은 예술을 연결시켜 주는 예술일 수 있고또 그 자체로서 훌륭한 시각예술이다.

몸 하나로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용은바로 몸을 매개로 하는 예술 장르라는 것 때문에 오늘날에도 무한한 경쟁력을 갖는다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무용의 크로스오버가 성행하고융복합 장르가 기세를 올리는 와중에도 무용예술은 신체의 움직임이 주는 강력한 집중력으로 인해가장 인기 있는 예술 장르로 부상했다곧 인체를 통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용은 타 장르의 예술가들이 가장 소통하기 적합한유혹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의 무용계와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달라진 춤의 위상과 함께 변화하고 있는 세계 예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야 하고 이를 기획제작유통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세계 무용계의 새로운 변화 중 하나는 무용창작에서의 탈 장르 경향 및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작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작품 속에 문화 다양성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늘어나고국가 간 협업 및 레지던시 작업이 증가하고 있으며무용음악의 확장과 함께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의 융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또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무용예술을 접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으면서공적 지원도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이즈음 들어서는 또 “Back to the Body", 다시 인간의 몸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작업으로의 회귀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무용계에서의 새로운 변화도 곳곳에서 감지된다그것은 공연제작에서부터 국제교류교육그리고 작품의 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무용가들과 그 주변인들의 활동영역이 점차 세분화되는 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예술 창작자와 교육자의 구분이 더욱 확연해지기 시작했고삼분법에 의한 장르 구분 의식도 엷어지고 있으며특정한 단체나 안무가만의 작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고자 하는 프리랜서 무용수들과 제작과 유통의 편의성을 고려한 프로젝트무용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무용계에는 그동안 창작 작업의 주체가 되는 무용수와 안무가 중 뛰어난 댄서는 많으나 유능한 안무가의 경우 무용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 있었으나 이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안무가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무용계는 수십 년 동안의 노력에 의해 이제 해외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제품(작품)을 조금씩 확보하기 시작했고춤 시장의 개방 규모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국내 무용수들의 해외무대 진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이로 인한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무용계의 위상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예술교육으로서의 무용교육의 중요성이 입증되고무용의 영역이 사회 각 부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무용 대중화를 위한 토양이 조금씩 형성되어 가고 있다이즈음 들어 직장인청소년장년층아저씨아줌마 등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전통춤즉흥발레 등 특화된 춤 교육 프로그램 증가계층별 무용교육 프로그램 확산 (장애인직업여성 등), 상주단체 지원제도를 통한 주민 프로그램 확대마을 단위의 지역 문화 공간 확충 등이 커뮤니티댄스 확장의 주요 요인들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예술교육의 테두리 안에 머물고 있던 일반인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춤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단순한 강습에 머물지 않고참여자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공연을 올리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 무용계의 이 같은 새로운 변화 중 춤이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고세계 춤 문화의 중심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제 대한민국의 중앙정부그리고 각 지역의 자치단체에서도 무용예술을 국민들의 삶의 질과 연계한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

 

3. 유럽 48개 댄스하우스 연합회 EDN(European Dancehouse Network) 

  운영 사례 분석 


  유럽의 48개 댄스하우스가 가입해 있는 유럽댄스하우스연합회 EDN(European Dancehouse Network)는  2009년 5월에 창립되었다.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립 무용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 기관이 내걸고 있는 모토는 “국경을 초월한 무용예술 창작의 새로운 체계와 비전”이다. 

  유럽은 미술 전시회 공간만도 수천 개에 달하며,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 홀, 극장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공공 무용센터에 대한 논의는 몇몇 극장을 중심으로 15년 전에야  비로소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60;1) 댄스하우스의 역할

    유럽의 경우 프랑스의 국립 안무센터나 무용전용 극장도 무용예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댄스하우스는 이들과는 다른 독특한 기능을 제공한다. EDN에 따르면, 유럽의 댄스하우스는 다음의 7가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 연중 지속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무용 공연, 홍보, 지원 및 작품 제작에 주력

● 예술의 독립성을 지향한다는 모토 하에 예술의 공공성 담보 

   (특정 예술가, 단체, 작품의 이해를 반영하는 지원은 지양)

● 무용 및 관련 이슈에 대한 국내외적 차원의 체계적인 관여 

● 교육 및 참여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 제공

● 창작, 연구, 공연을 위한 체계 마련 

● 전문 안무가와 무용가를 위한 리허설 공간 제공 및 지원 시스템 마련

● 전문가와 일반 관객을 위한 무용 관련 정보 및 자료(resource) 제공

&#160; 

2) 댄스하우스 운영의 공통 철학

   EDN 네트워크는 10개미만의 회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50여개에 이른다. 이 기관의 운영자들은 모두 각 무용 센터들의 상이한 구조, 내용 및 시설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로, 각 제휴 센터들이 자국의 예술가들을 추천하고 이들 예술가들이 차기작을 위한 최적의 지원을 얻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유럽에 소재한 각 댄스하우스들은 규모나 시설, 내용 면에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센터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 철학에 기반 해 운영된다. 

&#160; 

● 무용 미학은 한두 가지의 절대적 진리로 평가될 수 없으며, 다양한 문화와 각각의 안무가에 따라 수많은 미학적 진실이 동시에 공존한다. 따라서, 유럽의 무용가들은 개별 작품의 고유성과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 해외 및 타 문화의 예술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및 작품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 지역 사회 관객들을 예술에 대해 열려 있는 주체로 바라본다. 

● 새로운 관객층 개발에 참여한다.

● 창작 과정의 예술적 독립성과 고유성을 존중한다. 

● 예술 작품을 공연하고 작품의 의도를 실현하며, 예술가 개인의 미적 가치를 보다 폭넓은 관객층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 지식에 기반 한 신중한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 인적 자원 및 다양한 체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 공유 및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지원 대상 예술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최적의 예술적 표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160; 

3) 댄스하우스 간 유사점과 차이점

  유럽의 무용 센터들, 즉, 런던의 ‘더 플레이스(The Place)’,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 NRW (Tanzhaus NRW)’, 파리의 ‘국립 무용센터(CND)’, 바르셀로나의 ‘메르캇 데 레스 플로르스(Mercat de les flors)‘, 스톡홀름의 ’댄스 하우스(Dansenshus)‘, 오슬로의 ’댄스 하우스(Dansens Hus)‘, 비엔나의 ’탄츠쿼르티(Tanzquartier)‘, 아테네의 ’이사도라 던컨 센터(Isadora Duncan Center)‘, 리옹의  ’댄스 하우스(Dance House)‘ 등 EDN에 소속된 기관들은 서로 유사하면서 동시에 상이한 특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곧 공통의 비전을 갖고 활동하지만 각 센터별로 서로 다른 특성 덕분에, 목표와 니즈가 다른 예술가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다. 런던의 ‘더 플레이스’는 가장 오래된 무용 센터 중 하나이며 젊은 신진 예술가들의 양성소로 잘 알려져 있다. 파리의 국립 무용센터 CND는 대형 도서관 등 연구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필요한 시설을 잘 갖추고 있으며, 프랑스 내외의 다양한 예술 단체들과도 우수한 네트워킹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이사도라 던컨 센터는 아테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한 훌륭하고 조용한 전원 시설을 자랑하며,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 NRW는 다양한 문화와 무용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가들로 늘 활기가 넘칠 뿐만 아니라, 미술 단체들과의 우호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160; 

4) EDN이 추진한 국제 협력, 성공한 무용예술 프로젝트 사례

   EDN이 생기고 난 후 무용 부문의 대형 국제교류 프로젝트 지원도 보다 용이해 졌다. EDN이 2007년과 2008년에 시행한 ‘차이나 무브스(China-moves)‘ 프로젝트는 크고 작은 참여 무용단들의 유럽 순회공연 뿐만 아니라, 8인의 유럽 예술인들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현지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공연함으로써, 새로운 관객 개발에 이바지했다.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 역시 EDN이 거둔 큰 성과 중 하나이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Project)와 EDN이 함께 시행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13명의 한국인 안무가들의 작품이 유럽 14개 주요 도시의 댄스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특히 공연 외에도 댄스 스크린, 비평가들에 의한 렉처,  워크숍, 안무가의 대화 프로그램이 병행되어 한국의 컨템포러리댄스를 유럽의 춤 시장에 진출시키는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160;  EDN의 최대 프로젝트로 모듈 댄스(Module Dance)는 EU가 250만 유로를 지원하고 50명 이상의 안무가들과 이들의 무용단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첫 시행 후 4년 동안 3개 이상의 무용 센터에서 작업을 진행, 참여 작품들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모듈 시스템은 보다 경제적인 다문화 협력과 더불어 예술 작품의 질을 개선하고 예술가들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참여 센터들이 열띤 논의 끝에 결정한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지원 대상인 독립 무용 예술가들과 무용단들은 대게 지역 사회 내 기관들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이 지원금은 프로덕션 자체에 국한되는데, 이로 인해 촉박한 일정과 빠듯한 예산을 무릅쓰고 공연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극소수의 대형 무용 센터들은 다소 다층적인 지원 구조를 갖고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창작 모듈과 특정 니즈 측면에서 이들 대형 센터들이 최고의 후원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무용 단체와 기관들은 첫 무대를 기획하는 무용인들에게 이른바 선진적인 지원 혹은 깊이 있는 전문 지원을 제공할 만한 구조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모듈 시스템은 기존의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창작 과정의 효율적 지원에 주력하는 시스템이다. 창작 과정별로 각기 다른 방식과 형식의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모듈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네 단계를 통해 지원을 제공한다. 

  (1) 연구(아이디어, 소재, 파트너 등)

  (2) 시도 및 실험(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다양한 시도들, 성과를 미리 가늠해 볼 단계는 아       님, 해결책 모색 등) 이 경우, 레지던시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최적, 굳이 전문 프로덕션       팀이 주재할 필요는 없음 

  (3) 모든 단원들과 함께 프로덕션 기간 및 일정 확정, 목표 및 결과 중심

  (4) 프리젠테이션 및 홍보(관객 관련 이슈, 홍보, 바이어 프리젠테이션-시사회 등)

&#160;    모듈 시스템은 무용예술 공간들과 개별 예술가 및 단체들간의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예술가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이러한 지원이 국제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지원 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는 이러한 모듈 시스템을 적용, 개발함으로써, 참여 예술가들과 긴밀한 대화와 논의를 진행해 결정된 다문화, 다국가, 단체 간 협력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160;   국제 모듈 시스템은 유럽 예술 단체들의 기존 인프라와 시설 및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식과 결합하는 것이지만, 그 기반은 동일한 예술적 가치관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듈 시스템을 통해  참여 예술가와 단체들은 예술계와 특정 지역 사회 및 국제무대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예술가를 위한 기존의 전국적, 지역적 체계의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고 있다. 

4. 대한민국에 ‘국립 무용원’이 필요한 이유  


&#160; 무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서가 깊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다양성을  담아내는 예술 장르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예술의 선진국이라 불리 우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전통무용을 포함, 컨템포러리댄스를 선보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무용예술 전용 시설(기관)의 필요성을 21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은 한편으론 아이러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무용계가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무용가들이 신작을 창작하고 고유의 예술적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체계 미흡 

● 예술가 지원, 특히 국제 협력은 대부분 여전히 일회적이며, 향후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평    가 및 개선 체계 부재

● 다양한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재정 지원 부족

● 지원 시스템 하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초연 작품의 질 저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찬찬히 대한민국 춤 문화의 변동 과정을 들여다보면 소위 춤 선진국이라는 여타 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무용예술을 둘러싼 지원&#8231;교육&#8231;창작&#8231;공연 여건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 여러 나라와 비교했을 때는 우위에 있다.  문제는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 비해 운용에서의 질(質)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정작 무용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 탄력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된 춤 환경을 반영한 적절한 지원 시스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적인 관점에서의 무용예술 발전을 포괄하는 정책,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들의 삶의 질과 연계된 된 무용 프로그램 운용체계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아젠다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운용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의 부재가 가장 큰 핸디캡이다.   

  무용 작품의 질적 저하 문제는 주로 시간 부족으로 인한 준비 미흡에서 기인한다. 평가, 연구, 실험 및 시도, 적절한 파트너 예술가와 스태프들과의 협업 미진, 공연장 선정 및 작품 홍보에 필요한 적절한 인력 배치 등 작품 창작과 공연의 준비과정이 미흡했기 때문에 예술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무용계는 1년에 3천 건에 달하는 공연, 200개가 넘는 해외 춤 단체의 내한공연, 200회가 넘는 해외 공연, 춤 공연장의 확장 등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독립 안무가와 전문 춤단체, 프리랜서 무용수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60; 이제는 변화된 대한민국의 춤 환경을 고려한, 자율성을 추구하는 무용계의 움직임을 지원할 수 있는, 무용 예술가와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이 실현되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체계적인 국제교류를 위한 양방향 접근법이 필요하며, 문화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  

&#160; 관련해 무용예술의 고유성을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기관의 설립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문화적 협력과 작품의 보급 처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예술을 연계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발원지, ‘국립 무용원’(영문표기로 Korea National Dance House 제안)의 건립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유럽댄스하우스연합회(EDN)에 소속된 댄스하우스는 무용 센터를 지칭하는 ‘댄스하우스’란 이름 자체가 시사하듯,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기본적으로 연구, 창작, 공연, 커뮤니케이션 등 무용과 관련된 종합적인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 댄스하우스’란 명칭 대신 ‘국립 무용원’ ‘대한민국 국립 무용센터’란 명칭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발제자가 생각하는 가칭 ‘국립 무용원’(Korea National Dance House)는 프랑스의 안무 센터처럼 특정 무용단 혹은 무용단 단장이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라, 창작 및 협업 지원을 포함하는 공연, 교육,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열린 공동체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예술양식이 넘나들고 무용을 중심으로 여타 예술장르기 융합되는 컨템포러리 예술의 신 미학 감상을 위한 관객 개발의 역할도 포함된다. 또 하나 무용예술이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기능 수행의 역할도 포함된다. 


5. ‘국립 무용원’은 어떤 일들을 수행할 수 있나?


  앞서 살펴 보았 듯 국제적으로 무용계는 네트워킹의 시대를 맞고 있다. EDN 역사 Asian Network for Dance (AND)를 결성 중이다. 무용단체나 기획사, 그리고 축제 사무국에서는  파트너를 향해 일대일로 접촉하는 교류방식보다 다방향성을 가진 쪽으로 컨택 포인트를 갖고 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 되었다. 실제로 이즈음 들어 세계 무용계의 국제교류는 이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나라마다 플랫폼 형태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댄스마켓을 강화하고, 축제에 다수의 작품을 소개하는 쇼 케이스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우리도 이들과의 교류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필요하며, ‘국립 무용원’이 만들어진다면 바로 그 중심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이 중요한 시대이다. ‘국립 무용원’은 중앙 정부가 무용예술을 지원하는 대외적인 이미지 고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예술장르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국민들의 예술편식 현상을 개선하는 역할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예술을 통한 공공성을 획득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지나치게 편중된 문화예술 정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공 기관으로부터 수 억 원씩의 지원을 받는 국제무용축제와 무용 콩쿠르 역시 모두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이들 축제를 통해 소개되는 해외공연 감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관객들이 독식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 혜택 역시 각 지역은 저 만치 멀리 떨어져 있다. 

  ‘국립 무용원’의 설립은 무용예술의 지나친 중앙 편중의 문제점과 함께 전국에 산재한 260여개의 공공 문화예술기관 중 일 년에 무용공연을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곳이 20%가 넘는, 특정 예술장르 위주의 공연 편식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향후 대한민국에 ‘국립 무용원’(Korea National Dance House)이 건립된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1. 무용예술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2. 양질의 무용 예술작품을 위한 배양, 유통을 위한 창구

3. 무용예술 국제교류의 창구

4. 지역 무용계 활성화의 창구

5. 무용예술 대중화의 창구

6. 무용예술 교육 프로그램 배양 및 유통을 위한 창구

7. 무용관련 자료 및 정보 제공의 창구

8. 무용 콘텐츠 개발의 창구

9. 무용예술 정책 개발 및 수행의 창구

10.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 배양 및 유통을 위한 창구

11. 국내외 무용 네트워킹의 장

12. 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센터

13. 타 장르 예술과의 협업 작업을 위한 중심센터

 

국립 무용원을 통해 무용가들은 충분한 정보에 기반 한 조언과 자문을 받을 수 있으며, 여러 제휴 단체들을 만나고 대면하면서 작품 유통 및 안무가, 무용수들의 수평교류, 협업 등소통의 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용 계 뿐만 아니라 관련 장르 종사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축적,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미학적 가치 체계가 상이한 관객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외국에서 무용예술은 극장예술의 한 장르로서 뿐만 아니라 몸을 매개로 한 예술장르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 정부나 민간 기구, 그리고 무용가들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이 같은 프로젝트들은 무용가들을 위한 예술 창작 활동 뿐 아니라 무용교육 부문, 그리고 문화예술을 이용한 국가 또는 도시 이미지 고양이란 장기적인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무척 넓고 다양하다.

중앙정부에 의한 이 같은 새로운 인프라 지원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예술가의 성장과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7. 문화체육관광부 2021국립 무용원건립을 위한 조사 연구 결과

주요 내용

 

국립무용원의 필요성, 비전 및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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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전략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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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원의 도입 기능 및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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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규모 및 운영 조직 (총 건립 연면적 10,141.9) 

 

구분

세부시설

면적

(단위 :)

내용

제작 및 발표기능

전용극장

1,248.3

500석 규모의 가변형태의 공연장(무대, 객석, 연습실, 분장실, 공연대기실, 무대제작공간 등)

소규모 전용극장

339.4

1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태의 공연장

창작스튜디오

1,125.0

다양한 실험 공간, 연습 및 발표공간. 쇼케이스 전용 공간(10개실 * 1실당 112.5), 변경 가능함

녹음 및 편집실

83.7

녹음실(74.1, 영상편집실9.6) 문래예술공장 사례 적용

레지던스

400.0

10개실 × 30, 공유식당, 기타(세탁실 창고 등)

교육기능

세미나실

300.0

무용관련 교육 및 학술행사 등을 위한 다목적강당

회의실(·소 회의실)

220.0

무용관련 소규모 회의 진행 공간, 작품 회의 공간, 가변형으로 구성

아카이브

자료실 및 열람실(디지털전시공간 포함)

200.0

무용관련기록 자료 열람공간, 뉴미디어서 성격의 확장공간

아카이브 및 무용연구실

80.0

기록연구관리실, 무용 관련 프로그램 및 정책연구 공간

정보 및 서비스기능

무용인교류공간

(open 서비스 형태)

200.0

정보교류 공간, 오픈공간형태, 무용인 공유오피스 공간

무용체험전시공간

150.0

무용용품 판매, 무용관련전시공간

업무공간

사무실

369.6

28인 기준

창고

150.0

사무공간 창고 및 시설 창고로 활용

순면적 소계

5,158.5

 

공용면적

복도,로비,화장실, 계단 등

1,805.5

순면적의 35%

전기기계실

257.9

순면적의 5%

소계

2,063.4

 

소계

6,812.4

 

주차장

법정주차대수만 반영

2,760.0

69(1001)

합계

9,572.4

 

 

  

운영조직 및 인력 

구분

세부 업무

인원

원장

 

1

경영지원팀

팀장

1

회계, 세무, 결산 업무, 계약 등 경영업무

3

인사관리, 경영공시, 기획조정 등 기획업무

2

소계

6

교육전시팀

팀장

1

전시, 무용자료실, 디지털아카이브 관리 업무

2

교육 및 세미나 관련 프로그램 진행 업무

2

소계

5

예술창작지원팀

팀장

1

시설 운영 및 대관업무

3

무대기술업무(조명, 무대, 음향)

3

무용관련창작지원사업업무

(단체지원, 청년예술 실험지원 사업 등)

1

시설관리총괄업무

1

소계

8

홍보전략팀

팀장

1

홍보업무(sns홍보, 전산실 운영, 홈페이지 운영)

2

무용예술유통 및 국제교류 업무

3

무용 분야 관련 정책 조사 연구 전략개발업무

1

소계

7

합계

28

 


8. 국립무용원은 대한민국의 무용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은 공연과 창작활동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이해되고 있다. 무용예술 역시 극장예술의 중요한 장르인 만큼 예술적인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무용교육이나 무용치료, 사회무용 등 창작 작업 이외의 다른 영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고 이에 대한 비중 또한 약하다. 무용하면 공연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무용예술이 생활과 밀접하게 접목되지 못하고 예술가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되고 이는 무용시장의 확산을 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또한 나가는 것 못지않게 불러들여 하는 국제화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불어 함께하는 정책이다. 곧 국가 간, 민족 간 자국의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을 통한 교류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감(共感)“을 향한 과정이기도 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아시아 이주민 100만 시대를 맞은 다문화 시대에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그것의 공유에 대한 관심은 향후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국가간 활발한 인적 교류를 확산하고, 세계를 향해 발신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인프라로서 문화상품, 무용예술 상품의 개발 필요성 또한 높아져 가고 있다.

한국의 무용이 세계와 소통한다는 것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 국립무용원이 설립된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일수록 일상생활 속에서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향후 예술교육과 생활 속에서의 문화예술 제험 프로그램 확산을 통해 무용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한국을 찾는 관객들, 그리고 전 세계의 무용가들이 무용을 통한 동시대의 예술을 대한민국에서 공유하게 된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이 무용예술을 통한 전지구화의 발현 창구가 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과 국가 경쟁력 강화 정책은 이미 선진 여러 나라의 21세기 중요한 정책의 하나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단위의 효율적인 예술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과시형의 요란한 문화정책 보다 이 같은 고 부가가치의 문화예술 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은 한국의 춤 문화를 세계로 발신할 뿐 아니라 세계의 춤을 공유하고, 국제적 수준에서 공동의 문화협력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문화수준을 제고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대한민국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지구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 무용원설립은 대한민국 무용계의 총체적인 힘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무용계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무용예술을 통한 전지구화(Globalization)의 중요한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 무용원’(Korea National Dance House) 의 설립으로 대한민국은 좁게는 한반도, 넓게는 아시아의 춤 문화, 더 크게는 전 세계 춤 문화의 중요한 발신지가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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